저는 한국인이고 남편은 폴란드인입니다. 국제결혼을 하고 폴란드에 정착한 후 임신 중에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언어를 쓰게 될까? 다중언어 환경에서 한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
저희가 특별히 국제학교에 보내지 않는 한 아이들은 폴란드 유치원과 학교를 다닐 겁니다. 부부 사이의 대화는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걸 바꾸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희 집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어, 폴란드어, 영어라는 세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다중언어 환경이 조성됩니다.
아이들이 세 언어를 모두 습득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들었습니다. 무조건 많은 언어를 가르친다고 좋은 걸까. 혹시 하나의 언어도 제대로 깊이 있게 못 배우는 것은 아닐까. 나중에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적으로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유럽에서 생활하며 아이를 키우는 회사 동료 및 선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 고민이 전혀 가볍지 않았습니다.
- 어릴 때는 한국어를 꽤 잘하던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현지어가 훨씬 편해지고, 사춘기가 되면서는 한국어로 자신의 복잡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 아예 한국어 대화를 피하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 반대로 부모가 현지어를 충분히 구사하지 못하고 아이도 한국어가 부족한 경우에 아이와 부모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아이가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것을 꺼리기도 했습니다.
- 어떤 가정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 현지 또래에 비해 구사하는 단어의 수가 적어 교사가 추가적인 언어 수업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경험담 및 조언과 제가 찾아본 자료들을 참고해 우리 집만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 부부가 처음부터 아이에게, 그리고 부부 간에 어떤 언어를 쓸지 명확히 정할 것
- TV나 영상은 무조건 한국어로만 보여줄 것
- 한국을 방문했을 때 행복한 기억을 심어줄 것
이 원칙들이 어떻게 세워졌고 저희 가정에서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우리 집 다중언어 규칙: 엄마는 한국어, 아빠는 폴란드어
우리 집의 언어 규칙은 명확합니다.
- 엄마(나) → 아이들: 한국어
- 아빠 → 아이들: 폴란드어
- 나 ↔ 남편: 영어
이런 방식을 흔히 OPOL(One Parent One Language)이라고 합니다. OPOL은 다중언어 육아의 방법 중 하나일 뿐, 실제로 국제가정의 언어 환경은 정말 다양합니다.
- 제 지인 중에는 한국인 엄마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고, 폴란드인 아빠가 폴란드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가정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세 언어를 모두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사용합니다.
- 또 어떤 가정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부부 간의 대화를 이해하고 같이 생각을 나눌 수 있길 바라면서 처음부터 가정의 언어를 영어로 정했습니다. 이 가정의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영어에 아주 능숙해지는 대신에 폴란드어와 한국어에 흥미가 줄어 국제학교에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방법론보다 가족의 환경과 부모의 언어 능력, 아이의 성향에 맞는 방식을 미리 찾아서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영어는 안 가르칠 것인가?
저희는 고민 끝에 영어는 당장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영어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영어로 일하고 대화하는 것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감정을 표현하고 훈육하고 위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는 제가 가장 편안하고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를, 남편은 현지어이자 자신의 모국어인 폴란드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는 일단 부모가 서로 사용하는 언어로 남겨두고 자연스럽게 교과과정에서 배우도록 두기로 했습니다.
부부 간에 영어를 쓰니 뜻밖의 소소한 장점도 생겼습니다. 가르치지 않은 언어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많이 노출시켜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도 부부끼리 민감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오늘 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주자.” 같은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스크림’처럼 한국어와 영어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나오면 아이가 눈치챌까 봐 I-C-E처럼 스펠링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영어로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때 저희 부부만의 ‘비밀 언어’였던 영어도 이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대화하는 대상에 따라 언어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는 22개월쯤 되었을 때 어린이집에서 배운 시를 더듬더듬 읊을 정도로 말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에게 폴란드어로 말하는 비중이 거의 80%나 되었습니다. 제가 시어머니와 폴란드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봤고, 제가 폴란드어를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 2.5세쯤 되었을 때 네덜란드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네덜란드 사람과 결혼한 친구, 스위스 사람과 결혼한 친구, 그리고 폴란드 사람과 결혼한 저까지 국제결혼 커플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정말 신기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치 아이의 뇌 안에서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첫째 아이가 상대방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를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에게는 한국어를, 아빠에게는 폴란드어를 구분해서 썼습니다.
물론 그 여행 하나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그 시기에 자연스럽게 언어를 구분하는 능력을 발달시키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한 사람이 한 언어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2. 폴란드에서 한국어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영상은 한국어로만
여러 선배들에게 정말 공통적으로 들었던 조언이 하나 있습니다.
“TV나 영상은 무조건 한국어로 보여줘라. 가장 효과가 좋다.”
폴란드에서 살면서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찾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폴란드어를 듣고, 친구들과도 폴란드어로 소통합니다. 학교에 가면 그 비중은 더 커질 겁니다. 다중언어 환경에서는 이렇게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노출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소수언어)가 자연스럽게 사회의 다수언어에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그 소수언어가 바로 한국어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영상 시청 시간을 아예 ‘한국어 노출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만 2세 전까지는 최대한 기다렸습니다.
첫째 아이는 주말마다 시댁에 가면 사촌형들과 함께 TV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일반적인 영상 시청을 최대한 늦췄습니다. 당시 저희가 참고했던 영유아 스크린 권고를 따라 두 돌 전까지는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한국어로 책을 읽어주고, 한국어 동요를 틀어주고,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특히 영상통화는 일반적인 영상 시청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화면 속에 있는 사람이 아이에게 말을 걸고, 아이가 대답하고, 서로 얼굴을 보며 웃고 반응하는 실제 상호작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머니·할아버지와의 영상통화는 스크린 시간에서 별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 2세가 된 뒤부터 한국어 노출을 목적으로 하루 약 30분 정도 영상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보여주다가 정착한 콘텐츠가 **<로보카폴리>**였습니다. 유튜브 키즈를 이용하다 보니 하나를 보여주면 알고리즘이 비슷한 영상을 계속 추천해 주는데, 어린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이도 자극적인 썸네일을 보고 새로운 영상을 보여 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광고도 없고 안전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해서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집이 디즈니플러스로 정착한 이유
우선, 넷플릭스는 정말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폴란드에서 이용하다 보니 어린이 콘텐츠 중 한국어 더빙을 지원하는 작품이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저희에게 꽤 잘 맞았습니다. 디즈니, 픽사, 마블처럼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서비스되는 콘텐츠가 많아서 그런지 다양한 언어의 오디오와 자막이 제공되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콘텐츠가 한국어를 지원했습니다. 시청하는 아이를 위해서 오디오는 한국어로, 아이와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서 콘텐츠를 보고 있는 남편을 위해서 자막은 영어로 선택했습니다.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스파이더맨과 어벤저스에 매료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용 콘텐츠를 유튜브 키즈와 디즈니플러스를 오가며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마블 작품만 고집했고, 그때부터 디즈니플러스는 우리 집에서 꽤 중요한 한국어 노출 수단이 됐습니다.
물론 디즈니플러스가 언어 교육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사람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영상은 일방적인 매체이기에, 단순 시청만으로 실제 언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영상을 본 직후에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든가 스파이더맨 피규어 같은 장난감으로 역할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배운 표현을 쓰면서 영상 시청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크면서 스크린 규칙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28개월인 둘째 아이는 26개월쯤부터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각 20분씩 원하는 영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함께 보면 40분을 보는 것인데도 시청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매일 항의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불만을 조금 달래기 위해 요즘은 유튜브 키즈에서 5분 정도의 짧은 교육 콘텐츠를 보너스로 추가해 주고 있습니다. 이 보너스 시간은 제가 정해주는 콘텐츠만 볼 수 있는데, 수개념을 익히는 데 아주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정평이 난 <넘버블록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넘버블록스>는 유튜브 키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키즈는 디즈니플러스와 달리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부모의 관리가 조금 더 필요합니다. 원하지 않는 영상이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콘텐츠가 추천되면 모바일 앱에서 바로 차단합니다.
3. 한국어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 한국에서의 행복한 경험
여러 사례들을 들으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어를 ‘공부’하게 만드는 것보다 한국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
첫째 아이는 지금까지 한국에 세 번 방문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25년 11월에 갔고, 그전에는 돌 무렵과 두 살 무렵에 갔습니다. 앞선 두 번의 여행은 너무 어릴 때라 지금 기억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자주 해 왔기 때문인지 아이와 두 분의 정서적 거리는 꽤 가깝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겨울, 첫째 아이와 단둘이 한국에 가기로 했을 때 저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국에 가면 즐거움이 넘친다.”라는 기억을 만들어주자. 겨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 매일매일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 제 친구들과의 약속은 가능하면 키즈카페에서 잡거나 아이가 있는 친구의 집에서 잡았습니다. 어른들끼리 앉아서 이야기하는 자리보다는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만지고 다른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준비해 주셨고, 식사 메뉴를 정할 때 아이의 의견을 항상 존중해 주셨습니다. 특히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를 매일 끊이지 않게 사주셨습니다.
탕진의 재미로 한국 여행 마무리
이번 여행에서 의외로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용돈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 돈의 개념을 제대로 알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조금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돈을 받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할머니가 작은 지갑도 하나 선물해 주셨고, 만나는 이웃과 친척들이 용돈을 줘서 아이는 놀이마냥 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쓸 일이 없어서 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 인천에서 하루 묵게 됐는데, 호텔에 오락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오락실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너무 하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그래. 네가 가진 돈으로 하고 싶은 만큼 해.” 그 순간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하나씩 꺼내서 오락실에서 쓰는데… 정말 행복해했습니다. 이른바 ‘탕진의 재미’를 제대로 느낀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는 아이가 돈을 썼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라는 기억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기억이 결국 언어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가 아이에게 단순히 엄마가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할머니와 이야기할 때 쓰는 언어, 맛있는 딸기를 먹을 때 들었던 언어, 오락실에서 신나게 놀 때 썼던 언어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폴란드로 돌아온 뒤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폴란드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째 아이가 그 후로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나 한국 또 가고 싶어.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 싶어.”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뿌듯합니다.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먼저,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한국이라는 공간을 좋아하고, 다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그게 지금 우리 아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아이가 폴란드어를 한국어보다 훨씬 더 편하게 사용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폴란드어로 이야기하고, 자라면서 영어의 비중도 커질 겁니다. 어쩌면 사춘기가 되면 한국어를 귀찮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에게 한국어를 억지로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사용할 이유와 사람과 추억을 계속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성공담이 아니라 진행 중인 실험
다중언어 육아를 시작하고 보니, 결국 가장 어려운 것은 어떤 교재를 사느냐도, 어떤 영상을 보여주느냐도 아니었습니다.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언어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환경 안에서 아이가 각각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과 아이가 한국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한국어를 잘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한국과 관련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어가 아이에게 ‘공부해야 하는 언어’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기억이 연결된 언어’로 남는다면, 나중에 아이가 폴란드어를 더 편하게 쓰는 시기가 오더라도 다시 한국어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 아이가 만 5세, 둘째 아이가 만 2세, 갓 우리 가족에 합류한 생후 6개월 셋째 아이까지… 저희 집의 언어 환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 세 아이들이 커서 서로 대화를 나눌 테고, 학교에 들어가고, 친구 관계가 깊어지고, 글자를 배우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또 어떤 언어적 변화가 생길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성공담이라기보다 진행 중인 실험에 가깝습니다.
첫째 아이는 만 4세부터 한글학교에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마다 3시간 반씩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저희 집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무엇이 효과적이었고 무엇이 시행착오였는지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여러분의 집에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우리 집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나눠 주세요.



